토종 벼에서는 현재 장려품종으로 개발된 품종들에서는 보지 못하는 벼의 색감을 찾아볼 수 있는 점이 특이한 점이다. 특히, 붉은색과 얼룩무늬가 뚜렷한 토종 벼들을 보면 벼의 다양성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렇다고 현미 색깔까지 붉거나 얼룩이 있지는 않다. 이번에는 붉은색의 대추벼와 꿩 색깔의 까투리벼를 찾아가 본다.
1. 대추벼, 대추찰벼
1913년 발행된 조선도품종일람(朝鮮稻品種一覽)에서는 조나(棗?, 대추찰)가 수집된 지역으로 전국 70개 군이다. 100여 년 전에는 군(郡)이 지금보다 더 세분화되어 있었으므로, 지금으로 치면 좀 더 좁은 지역일 수도 있지만 대추찰이 전국적으로 재배되어온 토종벼인 것만은 틀림없다. 외형이 유사했을 메벼(棗稻, 대추벼)로 수집된 것이 33품종인 것을 보면, 대추이름을 갖는 붉은 벼는 메벼보다 찰벼가 좀 더 보편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1925년 홍성군지에는 재배되던 재래종 벼 중에서 대쵸베가 등장하기도 한다.
대추는 익으면 붉은색을 띈다. 대추벼라 함은 붉은색을 보여줘야만 할 운명을 타고 났어야 한다. 대추는 한자로 '조(棗)'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한자어와 상관없이 '대추, 대쵸'로 불렀겠지만, 조선 후기로 오면서 한자식 표현도 우리말인 <대추>와 발음이 비슷한 '대조(大棗)"로 기록하기 시작한다.
조선후기 평생 놈팡이(룸펜)로 살았던 이가 있었다. 이옥(李鈺 1760 ~ 1815)이다. 200여년이 지나 뒤 늦게 발견된 그의 저서에 <백운필(白雲筆)>이 있다. 그가 당시 듣고 본 것을 기록한 것 가운데 여러 가지 벼 품종도 있었고, 그 중에 붉은색 메벼에 대한 언급은 이러하다.
오대추벼(五大棗稻), 대추벼(大棗稻), 중달대추벼(中達大棗稻), 거올대추벼(巨兀大棗稻), 홍도벼(紅稻稻, 붉은벼)는 모두 붉은 품종의 벼이다. 그런데 오대추는 까끄라기가 없고 일찍 여물며, 대추는 까끄라기가 있고 줄기가 길며, 거올은 까끄라기가 매우 길고 적색이며, 홍도는 ‘호상벼[好嘗稻]’라고도 부르는데 조금 일찍 여문다.
홍도를 빼면 대추벼를 4가지로 구분하는 것이 특이한 점인데, 근거는 댈 수 없지만, 오대추벼는 "조생종 대추벼", 중달대추벼는 "중생종대추벼", 거올대추벼는 "만생종 대추벼"로 봐도 될 듯싶다. 이옥은 익는 시기의 빠르고 늦은 정도에 따라 대추벼를 구분한 것으로 보인다.
이옥과 생몰연대가 겹치는 정학유(1786~1855)의 농가월령가에도 대추벼가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정학유는 다산 정약용의 아들이기도 하다.
대추는 전국 어디서나 생산되지만, 지금도 대추의 고장하면 충북 보은(군)을 으뜸으로 친다. 조금만 검색 해봐도 민요에 "청산보은에 대추벼"란 구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청산"은 지금의 옥천군 청산면, 청성면 일원을 말하고, 보은 이야 예나 지금이나 "보은"이다. 여기서 재배되던 대추벼가 여러 가지 있었으니 이삭이 모두 모두 "붉은" 빛을 띠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수량이나 품질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겠지만, 대추벼야말로 그 색깔에 있어서 심미적 가치를 높여주는 품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밀다리 대추벼와 등트기 경상벼라 [농가월령가. 9월령. 정학유] 청산봉운 대추벼 [양주 소놀이굿. 국가중요무형문화재 70호] 보기 좋다 양토찰 울긋불긋 대추찰 [민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대추찰벼] 이삭이 붉은 것이 특징이다.
2. 홍나, 붉은찰
이옥의 백운필에 대추벼와 함께 붉은색 벼로 주로 등장하는 것 중에 홍도(紅稻)가 있다. 조선도품종일람(1913)에 홍도 30종, 홍나 23종이 등장하며, 이 자료집에 붉을 紅자가 들어간 재래종 벼는 더 많이 기록되어 있다. 200여 년 전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나오는 홍나(紅?는 정음표기로는 붉겅찰(붉은찰)로 기록되어있다. 붉은찰은 가장 좋은 찰벼로 기록하고 있다.
홍나 紅?【불겅찰. 까락이 있고 적색이다. 찰벼가운데 가장 좋은 품종이다】[임원경제지 본리지. 서유구]
1990년대 초 민속의학으로 인기를 끌었던 책 「神醫김일훈」에 벼 관련한 대목을 보면 뻘건찰이 등장한다. 이는 “붉은찰”의 사투리식 된 발음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김일훈은 대궐찰벼가 바로 뻘건찰이라고 구술하고 있지만, 임금이 먹었다는 “대궐도”에 대한 기록은 붉은색이 아니라 오히려 흰색벼라는 기록을 더 많이 볼 수 있기에, 김일훈의 뻘건찰은 한자로 紅?가 아닐까 싶다. 이야기가 분분한 대궐도(대궐찰)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좀 더 알아보기로 한다. 어째 거나 붉은색인 찰벼가 아주 오래전부터 조상들이 매우 선호하고 있었음을 여기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흙살림에서 2010년에 재배한 홍나는 벼 끝부분만 붉은색이 있었다.
옛날에 나라님에 진상하는 여주의 대궐찰이라고 있거든, 대궐에만 보내는 그 뻘건 찰. 그런데 나락으로선 뻘건 찰이 제일이고, 서속으로선 생동찰이 제일인데. 그건 여기서 못 구하고, 대궐찰도 지금은 없어요. 여주 이천엔 그것도 이젠 끊어졌어. 그러면 지금 아끼바리 찹쌀도 돼요. 【神醫김일훈. 1990】
[홍나]. 흙살림토종연구소 재배한 끝부분만 붉은색의 홍나(紅?)
3. 까투리찰벼, 꿩찰벼, 꿩벼 민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토종찰벼 중에 또 하나가 “까투리찰벼(雌雉?, 자치나)” 이다. “꿩찰(雉?, 치나)”로 부르는 경우도 있었고, 메벼는 꿩벼로 불렀다. 벼 껍질(왕겨)에 꿩 깃털의 색깔처럼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 본다면 이름을 잊어버리기도 어려울 성 싶다. 민요에서 벼의 특징을 가사로 가장 잘 잡아낸 품종으로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수집된 까투리찰벼(雌雉?)가 강원, 경기, 경남, 경북, 전북, 충북 등 전국 30개 군, 꿩찰벼(雉?)가 8개 군, 메벼인 꿩벼(雉稻)가 6개 군에서 수집되었다. 1930년대 전후 당시 문화의 중심지랄 수 있는 서울(경성)에서 완성된 민요 『풍등가』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전국적으로 넓게 알려진 벼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양주소놀이굿의 종자타령부분에도 등장한다. 그 외에도 경기도 및 충북지역 민요에 흔하게 등장한다. 메벼 중에서도 알록달록한 무늬를 가지면 까투리벼로 부르기도 하며, 조선후기 임원경제지에는 “꿩의자채”벼가 나오는 것을 보면, 꿩을 모티브로 한 벼의 품종명은 의외로 역사가 깊다고 할 것이다.
[까투리찰벼(자치나)]. 꿩의 깃털과 같이 알록달록한 무늬가 특징이다.
까투리찰벼는 까락이 있는 품종도 있고, 까락이 없는 품종도 있지만 무늬는 알록달록한 것이 영락없는 꿩을 연상시킨다. 벼가 붉은색인 대추벼와 비슷한 면모도 있지만, 까투리찰벼는 알곡의 길이 방향으로 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토종 벼에서는 현재 장려품종으로 개발된 품종들에서는 보지 못하는 벼의 색감을 찾아볼 수 있는 점이 특이한 점이다. 특히, 붉은색과 얼룩무늬가 뚜렷한 토종 벼들을 보면 벼의 다양성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렇다고 현미 색깔까지 붉거나 얼룩이 있지는 않다. 이번에는 붉은색의 대추벼와 꿩 색깔의 까투리벼를 찾아가 본다.
1. 대추벼, 대추찰벼
1913년 발행된 조선도품종일람(朝鮮稻品種一覽)에서는 조나(棗?, 대추찰)가 수집된 지역으로 전국 70개 군이다. 100여 년 전에는 군(郡)이 지금보다 더 세분화되어 있었으므로, 지금으로 치면 좀 더 좁은 지역일 수도 있지만 대추찰이 전국적으로 재배되어온 토종벼인 것만은 틀림없다. 외형이 유사했을 메벼(棗稻, 대추벼)로 수집된 것이 33품종인 것을 보면, 대추이름을 갖는 붉은 벼는 메벼보다 찰벼가 좀 더 보편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1925년 홍성군지에는 재배되던 재래종 벼 중에서 대쵸베가 등장하기도 한다.
대추는 익으면 붉은색을 띈다. 대추벼라 함은 붉은색을 보여줘야만 할 운명을 타고 났어야 한다. 대추는 한자로 '조(棗)'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한자어와 상관없이 '대추, 대쵸'로 불렀겠지만, 조선 후기로 오면서 한자식 표현도 우리말인 <대추>와 발음이 비슷한 '대조(大棗)"로 기록하기 시작한다.
조선후기 평생 놈팡이(룸펜)로 살았던 이가 있었다. 이옥(李鈺 1760 ~ 1815)이다. 200여년이 지나 뒤 늦게 발견된 그의 저서에 <백운필(白雲筆)>이 있다. 그가 당시 듣고 본 것을 기록한 것 가운데 여러 가지 벼 품종도 있었고, 그 중에 붉은색 메벼에 대한 언급은 이러하다.
오대추벼(五大棗稻), 대추벼(大棗稻), 중달대추벼(中達大棗稻), 거올대추벼(巨兀大棗稻), 홍도벼(紅稻稻, 붉은벼)는 모두 붉은 품종의 벼이다. 그런데 오대추는 까끄라기가 없고 일찍 여물며, 대추는 까끄라기가 있고 줄기가 길며, 거올은 까끄라기가 매우 길고 적색이며, 홍도는 ‘호상벼[好嘗稻]’라고도 부르는데 조금 일찍 여문다.
홍도를 빼면 대추벼를 4가지로 구분하는 것이 특이한 점인데, 근거는 댈 수 없지만, 오대추벼는 "조생종 대추벼", 중달대추벼는 "중생종대추벼", 거올대추벼는 "만생종 대추벼"로 봐도 될 듯싶다. 이옥은 익는 시기의 빠르고 늦은 정도에 따라 대추벼를 구분한 것으로 보인다.
이옥과 생몰연대가 겹치는 정학유(1786~1855)의 농가월령가에도 대추벼가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정학유는 다산 정약용의 아들이기도 하다.
대추는 전국 어디서나 생산되지만, 지금도 대추의 고장하면 충북 보은(군)을 으뜸으로 친다. 조금만 검색 해봐도 민요에 "청산보은에 대추벼"란 구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청산"은 지금의 옥천군 청산면, 청성면 일원을 말하고, 보은 이야 예나 지금이나 "보은"이다. 여기서 재배되던 대추벼가 여러 가지 있었으니 이삭이 모두 모두 "붉은" 빛을 띠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수량이나 품질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겠지만, 대추벼야말로 그 색깔에 있어서 심미적 가치를 높여주는 품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밀다리 대추벼와 등트기 경상벼라 [농가월령가. 9월령. 정학유]
청산봉운 대추벼 [양주 소놀이굿. 국가중요무형문화재 70호]
보기 좋다 양토찰 울긋불긋 대추찰 [민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2. 홍나, 붉은찰
이옥의 백운필에 대추벼와 함께 붉은색 벼로 주로 등장하는 것 중에 홍도(紅稻)가 있다. 조선도품종일람(1913)에 홍도 30종, 홍나 23종이 등장하며, 이 자료집에 붉을 紅자가 들어간 재래종 벼는 더 많이 기록되어 있다. 200여 년 전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나오는 홍나(紅?는 정음표기로는 붉겅찰(붉은찰)로 기록되어있다. 붉은찰은 가장 좋은 찰벼로 기록하고 있다.
홍나 紅?【불겅찰. 까락이 있고 적색이다. 찰벼가운데 가장 좋은 품종이다】[임원경제지 본리지. 서유구]
1990년대 초 민속의학으로 인기를 끌었던 책 「神醫김일훈」에 벼 관련한 대목을 보면 뻘건찰이 등장한다. 이는 “붉은찰”의 사투리식 된 발음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김일훈은 대궐찰벼가 바로 뻘건찰이라고 구술하고 있지만, 임금이 먹었다는 “대궐도”에 대한 기록은 붉은색이 아니라 오히려 흰색벼라는 기록을 더 많이 볼 수 있기에, 김일훈의 뻘건찰은 한자로 紅?가 아닐까 싶다. 이야기가 분분한 대궐도(대궐찰)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좀 더 알아보기로 한다. 어째 거나 붉은색인 찰벼가 아주 오래전부터 조상들이 매우 선호하고 있었음을 여기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흙살림에서 2010년에 재배한 홍나는 벼 끝부분만 붉은색이 있었다.
옛날에 나라님에 진상하는 여주의 대궐찰이라고 있거든, 대궐에만 보내는 그 뻘건 찰. 그런데 나락으로선 뻘건 찰이 제일이고, 서속으로선 생동찰이 제일인데. 그건 여기서 못 구하고, 대궐찰도 지금은 없어요. 여주 이천엔 그것도 이젠 끊어졌어. 그러면 지금 아끼바리 찹쌀도 돼요. 【神醫김일훈. 1990】
3. 까투리찰벼, 꿩찰벼, 꿩벼
민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토종찰벼 중에 또 하나가 “까투리찰벼(雌雉?, 자치나)” 이다. “꿩찰(雉?, 치나)”로 부르는 경우도 있었고, 메벼는 꿩벼로 불렀다. 벼 껍질(왕겨)에 꿩 깃털의 색깔처럼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 본다면 이름을 잊어버리기도 어려울 성 싶다. 민요에서 벼의 특징을 가사로 가장 잘 잡아낸 품종으로 볼 수 있다.
아롱대롱이 까투리찰 [풍등가. 경기잡가]
알그랑 찰그랑 까투리찰 [모심는 소리. 용인 백석]
알룩달룩에 까투리찰베 [음성 고사소리. 한국민요대전. 노희태. 1992 ]
알록달록 까토리찰이며 [청주시 무가의 고사덕담. 한국구비문학대계. 1981]
얼룩덜룩 까투리벼 [양주 소놀이굿. 국가중요무형문화재 70호]
일제강점기에 수집된 까투리찰벼(雌雉?)가 강원, 경기, 경남, 경북, 전북, 충북 등 전국 30개 군, 꿩찰벼(雉?)가 8개 군, 메벼인 꿩벼(雉稻)가 6개 군에서 수집되었다. 1930년대 전후 당시 문화의 중심지랄 수 있는 서울(경성)에서 완성된 민요 『풍등가』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전국적으로 넓게 알려진 벼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양주소놀이굿의 종자타령부분에도 등장한다. 그 외에도 경기도 및 충북지역 민요에 흔하게 등장한다. 메벼 중에서도 알록달록한 무늬를 가지면 까투리벼로 부르기도 하며, 조선후기 임원경제지에는 “꿩의자채”벼가 나오는 것을 보면, 꿩을 모티브로 한 벼의 품종명은 의외로 역사가 깊다고 할 것이다.
까투리찰벼는 까락이 있는 품종도 있고, 까락이 없는 품종도 있지만 무늬는 알록달록한 것이 영락없는 꿩을 연상시킨다. 벼가 붉은색인 대추벼와 비슷한 면모도 있지만, 까투리찰벼는 알곡의 길이 방향으로 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